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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암동나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 싫어서 밖으로 나왔다. 사실 영화 캐롤을 보고자했으나 시간이 애매하게 맞지 않아 대신 어딘가를 떠돌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부암동으로 향했다. 부암동은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부터 등교하는 길 중에 자리잡은 친숙한 동네였지만, 한 번도 곳곳을 돌아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냥 가 보았다. 집을 나오며 김사월의 앨범을 들으며 나왔고, 그 중 '새'라는 노래가 좋았다. 가파른 우리집 언덕을 내려오며 흥얼댔다. 정류장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기사 아저씨와 인사를 했고, 귓 속으로 울려퍼지는 노래가사의 단어 하나 하나 곱씹으며 부암동으로 향했다. 자하문터널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석파정 서울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실 그리 보고 싶은 전시는 없었으나 그 곳을 경험해보고 싶어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이 싫어 사진만 찍고 환기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8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환기미술관은 열려있었지만 본관의 전시는 봄맞이 재정비에 들어가고, 판화나 사진전만 관람 할 수 있었다. 관람료 2천원과 삼다수 천원을 결제하고 김환기의 작품 몇 점을 감상했다. 김환기는 물론 미술엔 쥐뿔도 모르면서 그냥 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에 빠져버렸다. 그 생각들을 쓸 수는 없지만 별로 좋진 않았던 것 같다.


   환기미술관에서 나오니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어왔다. 분명 날씨가 영상 6도 정도라했는데, 산과 근접한 동네에 있어 그런지 매우매우 추웠다. 그럼에도 내 패딩 속의 히트텍은 뜨거워져서 촉촉해졌다...(ㅠㅠ) 여러분 이렇게 히트텍이 위험한 것입니다!! 무튼 더우면서 추운 짜증이 몰려왔다. 그럼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좋아하는 동네를 돌아다녀서. 언젠가 눈가에도 주름이 생기고, 얼굴에 젊은 생기가 보이지 않을 때 쯤 이 곳의 작은 집을 짓고 마당뜰에서 애완동물이나 보듬으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현실조차 헤쳐나가기 힘든데,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씁쓸하게 되내었다. 그러나 씁쓸함은 찌르는 듯한 바람에 금방 사라져버렸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네 대문을 보았다. 그냥 삼순아!! 하고 불러볼까 싶었지만 뭐하는 짓이지 싶어 그냥 사진만 찍었다. 남의 집 대문 사진을 찍는 것은 그닥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록으로 남기고팠다. 집주인님 죄송합니다. 집도 없는 것이 까불었습니다.


   그리곤 '클럽 에스프레소'라는 카페에 왔다. 고등학교 시절 등하굣길마다 지나치던 곳인데,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만 있었다. 부암동처럼 말이다. 들어오며 자세히 보니 1990년에 지어졌단다. 나랑 나이가 똑같다. 카페는 나를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난 그냥 동갑친구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려 메뉴를 보았더니 보통 카페들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다양한 원두를 로스팅하더라. 커피를 알지도 못하는 놈이 있어보이고파 시나모 어쩌구를 시켰다. 마셔보니 적당히 구수하고 쓴맛도 적으며 부담이 되지 않는 맛이었다. 몸도 따뜻해졌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첫 식사라면 식사로 커스타드를 시켜 먹었다. 시장했던지 첫 입에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 엄청 달달했기 때문에.... 아 맛있엉... 이 글을 쓰는 동안 느낀게 자리를 잘못 잡았다. 창가라서 바람이 슝슝들어오고 춥다. 8-9세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공을 들고 뛰어다니며 정신없게 한다. 이 글을 다 쓰면 짐을 챙겨서 다른 곳으로 가야지. 어디로 갈 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찍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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