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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오늘은 피하고만 싶었던 날이었고, 그걸 하려다보니 힘든 날이었다. 하지만 하필 이런 날에 봄이 찾아왔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봄이 왔노라 흥얼거리며 운전을 하셨지만 나는 노곤한 눈으로 햇살에 비치우는 한강의 결정들을 한없이 쳐다만 보았다.

어느덧 그 날로부터 얼추 일 년이 다 되었다. 그때의 나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마주한다면 나는 또 뭐라할까. 그리고 다음 해의 나를 만나볼 수 있을까?

항상 마주하는 봄은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고, 마음을 간질이며(그것이 어느 방향이던) 넋을 잃은 표정으로 창밖만 쳐다보게 된다. 거울을 보니 오늘의 나는 눈동자가 싯누렇게 색이 바랬고 보통때 보다 조금 야윈게 티가나며 피곤과 우울함이 얼굴에 깃든 것이 보였다. 망가졌다 회복했다 즐거웠다 다시 망가지길 반복한다. 어쩌면 이것도 봄이 찾아오기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나는 신기루를 좇아 걷고 있다. 나도 안다. 하지만 걷고 있는 나의 아래에 지하수가 흐르고 그것이 고여진 오아시스가 있지 않을까. 열락으로 가득차 그것을 맛본다면 다시 힘을 내어 사막 속을 걸어 나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챙겨온 물도 떨어졌고, 몸은 지쳐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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